나에게 몰두할 수 있는 휴식(break)의 시간,

그리고 일상을 틈입하는(break) 사유의 순간을 선사하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01 오베흐트

‘길티 플레저 포 비건’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정크 비건’을 지향하는 비건 도넛 전문점 오베흐트(Overte). 비건 재료로 만든 음식의 맛은 어딘가 부족하다는 편견을 깨는 달콤하고 폭신한 도넛을 선보이는데, 식물성 우유, 아마씨 가루, 비정제 설탕 등 세심하고 꼼꼼하게 재료를 선정한다고. 오베흐트는 식생활에서의 실천뿐 아니라 다른 생활 면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도넛을 담아 갈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글레이즈드 도넛 하나를 증정하는 ‘용기 내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비건들이 논비건들을 ‘입덕’시키기 위해 데려오는 이곳, 오베흐트를 감싸고 있는 초록은 주인이 좋아하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녹색 광선’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도넛을 연상케 하는 O에 초록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verte를 조합하여 가게의 이름을 지은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영화는 대략 해 질 무렵 빛의 굴절로 생기는 녹색 광선을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회현의 어느 골목, 어쩌다 오베흐트의 초록을 만난다면 도넛과 비건에 빠지는 두 번의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첫 방문이라면 얼그레이 아몬드 도넛과 말차 크럼블 도넛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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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흐트 : 서울 중구 퇴계로 10길 34 1층

02 맨케이브

맨케이브는 ‘Go on a trip and find your own lifestyle’을 모토로 아웃도어, 서핑 등 다양한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들을 위한 제품을 소개한다. 한두 가지 카테고리에 집중되어 있는 여느 편집숍들과는 달리, 의류에서부터 향, 아웃도어 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취급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해외 브랜드들의 물건이 곳곳에 놓여 있어 하나하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숍 한켠에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는데, 카페라떼에 코코넛 크림을 올린 ‘아프리카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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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케이브에 들어서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여행, 그리고 바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간질이는 단어들이다. 마침 하와이의 유쾌한 바닷가를 떠오르게 하는 ‘빅웨이브 콜렉티브’라는 자체 브랜드도 전개하고 있는데, 활짝 핀 웃음과 바다를 모티브로 한 그래픽은 휴가지에서 들곤 하는 달뜬 기분을 전하는 듯하다. 앞으로는 여행과 관련된 가방, 소품 등의 물건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해외여행은 여전히 멀게 느껴지지만, 일상에서도 여행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맨케이브에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 맨케이브 : 서울 중구 소공로 36-13 1층

03 몰또

몰또는 왁자한 명동 거리의 끝자락, 페이지 명동 3층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바이다. 그 이름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먹거나 좋은 것을 봤을 때 붙이는 ‘molto’라는 감탄사에서 따왔다. 과연 그 말처럼 몰또에는 커피와 베이커리, 풍경 등 감탄을 자아낼 만한 것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초콜릿 같은 단맛에 기분 나쁘지 않은 쓴맛을 남기는 진한 에스프레소는 물론이고, 베이커리 메뉴인 브루스게따, 까논치니는 이곳의 별미다. 베이커리에는 이탈리아 풀리아(Puglia) 지방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간다.

당연한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러니까 ‘대상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몰또는 명동, 정확히는 명동성당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명동의 한 면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것들은 분명 수십 년 전에도 존재했을 터이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은 몰또의 오픈으로 다시금 빛을 보게 됐다. 고딕 양식의 명동성당과 뾰족한 남산타워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두오모 근처의 어느 노천 카페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몰또를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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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또 : 서울 중구 명동길 73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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